[시승기] 링컨 노틸러스, 갖고싶다
와이프는 미국차를 싫어한다. 미국차는 죄다 무식하게 생겼단다.
너무 남성적이고 투박해 자기처럼 가녀린 여성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뭐 디자인이야 개취니까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미국차라는 것이 그렇게 주관적적인 디자인만 가지고 까기에는 그렇게 만만한 차가 아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달에도 사람을 보내고 인공위성도 뻥뻥 쏘아 올리고 전투기도 만들고 전기차에, 자율주행에, AI까지 거의 모든 핵심 기술 분야에서 1등을 달리는 절대 초강대국 미국이 자동차 기술이라고 허접할리가 없다.
혹자는 미국은 땅덩이가 크고 한국과는 도로 사정이 달라서 미국차는 한국 사정에 맞지 않는다는 그럴 듯한 이유로 미국차를 까기도 하지만 그것도 뭔가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필자는 이전부터 포드 익스플로러가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실제로 구매도 진지하게 고려했었고 시승까지 했었지만 당시 익스플로러는 너무 크고 무식해서 운전하기 힘들다는 와이프의 단호한 의견에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링컨의 노틸러스란 차가 잘 나왔다는 소문을 들었다. 링컨은 포드의 프리미엄 브랜드인데 포드가 현대라면 링컨은 제네시스인 샘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노틸러스는 익스플로러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델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같은 중형급 suv로 분류되는 산타페보다 전장, 전폭, 축거가 모두 다 길다. 전장은 8cm, 전폭은 5cm, 축거는 8.5cm 씩이나 차이가 나니 적지 않은 차이다.

왼쪽이 산타페, 오른쪽이 노틸러스의 제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 무식하게 커보이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매끈하게 잘빠진 세련된 느낌이다. 마침 집 가까이에 링컨 전시장 있어 와이프와 아이들을의 손을 잡아 끌었다.
"아빠가 말한 차가 이거야. 어때? 이쁘지?"
아이들의 뜨거운 반응을 기대하며 물어보았지만 아이들은 듣는 둥 마는 둥 보는 둥 마는 둥이다. 그런데 차문을 열고 탑승하자마자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아빠, 이 차 사면 안돼요?!?!?!?"


역시 남자아이들이라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대시보드를 좌우로 가득 채우는 일체형 풀스크린은 못 참지......ㅎㅎㅎ 그렇다. 적어도 내연기관 차량에서 이런 파격적인 인테리어는 처음이다. 미래형 디자인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정말 파격적인 스크린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뱅앤올룹슨의 싸다구를 후린다는 Revel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스피커가 무려 28개가 들어간다고 하니 정말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급 오디오 시스템이다.

갖고싶다....revel 오디오....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앉았다.이상하게 크게 보이는 사이드 미러는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미국차가 사이드 미러가 원래 그렇다는데 출고하면서 원하면 일반 거울로 바꿔준다고하니 큰 문제는 아니겠다 싶다.
어 그런데 이건 뭐지? 시트가 너무 편하다. 시트가 다른 차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편하다. 허벅지 지지도 좌우측이 독립적으로 움직여 체형에 맞는 미세조정이 가능하고 통풍과 안마시트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다.
주행을 시작했다. 원래가 달리기 위한 자동차는 아니니 폭발적인 주행성능을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역시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는 느낌이 확연하다. 속도를 못내는게 아니라 일부러 안내면서 부드러운 주행을 유도하는 느낌이랄까? 산타페와 주행 관련한 성능을 비교해 보니 물론 배기량이 2.5와 2.0으로 차이가 나긴하지만 모든 면에서 노틸러스가 떨어진다.

연비도, 출력도, 토크도 모두 산타페의 승리다. 하지만 노틸러스는 2.0인데 산타페보다 크기도 더 크고 공차중량도 최소 100kg이상, 최대 200kg까지 더 무겁다. 그걸 감안하면 성능은 오히려 노틸러스의 우세라고 봐도 되겠다.


미국차를 보면 측면에 모델명 레터링을 해 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은근 간지난다.
역시 이번에도 벤츠병 걸린 와이프의 "생전 보도 듣도 못한 미국 대통령 이름이랑 같은 링컨은 도대체 무슨 브랜드냐"는 반응에 잠시 포드의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설명할까 하다가 소심하게 바로 꼬리를 내렸다.
다행이도 링컨이 한국에서 썩 인기가 없는 덕분에 중고차 가걱 방어가 잘 안되는 느낌이라 1-2년 뒤에 중고를 한번 노려봐야겠다는 쓸데 없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 노틸러스, 잠깐이지만 행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