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름이 왜 이래? - 르노 그랑 콜레오스 실물 영접기
프랑스차는 대한민국에서 이상하리만큼 홀대 받는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유독 프랑스차만 억울한 것도 아니다. 포드, 캐딜락같은 미국차도, 재규어, 랜드로버 같은 영국차도 한국에서는 온갖 비난에 시달린다. 이는 판매율과도 직결되는데 포드는 한국 지사를 철수하고 총판 체제로 운영한다고 발표했고, 재규어는 아예 철수했다. 익스플로러가 꽤 잘 팔리는 것 같아 포드의 철수는 좀 의외긴 하다.
이런 현상은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겠지만 오히려 벤츠, BMW같은 독일차만 선호하는 현상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다. 아우디, 폭스바겐은 디젤 게이트, BMW는 불자동차, 벤츠마저 전기차 폭발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요즘 좀 주춤한 아우디를 제외하면 BMW, 벤츠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오히려 더 잘 팔린다.
르노는 프랑스 브랜드이지만 1997년 한국 진출 당시, 르노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국내 생산까지 했기에 르노를 국산차라고 또는 국산차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당시에는 브랜드 이름마저 '르노 삼성'이였으니 한국 브랜드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부터 삼성의 흔적을 지워가기 시작한 르노는 2022년 들어서 전시장 리뉴얼 등을 단행하면서 슬슬 프랑스 브랜드임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르노는 아마 CLIO 때 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에 르노 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여전히 옛날 태풍의 눈 로고를 단 SM3, 5, 7 들이 도로를 달리고 사람들은 르노를 수입차와 국산차 그 중간 어딘가 하지만 왠지 국산차에 더 가까운 느낌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몇 주 전부터 르노가 새로운 SUV를 출시했다고 온라인에서 엄청나게 광고를 때려댔다. 그런데 이름이 뭐? 그랑 콜레오스? 발음하기도 어렵고 기억하기는 더 힘든 괴상한 이름이지만..... 디자인이 괜찮아 보였다. 배너를 클릭하고 들어가보니, 오? 호기심이 생겼다. 결국 주말에 또 가족들을 끌고 근처 르노 전시장으로 출동!!!
어라?!??! 뭐지 이 자동차는???!!
직접 눈으로 보니 디자인이 괜찮다. 너무 밋밋하지 않으면서 너무 튀지도 않는다. 옛날 소렌토가 이쁜데 너무 개성이 없어 심심한 모범생 느낌이라면 그랑 콜레오스는 적당히 멋을 낼 줄 아는, 하지만 너무 과하지는 않은 그런 느낌이랄까?
하지만 차문을 열자마자 눈 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동시에 큰 아들이 소리쳤다.
"아빠!!!! 우리 이거 무조건 사요!!!!"

대시보드에 와이드 스크린 두개가 붙어 있는데 오른쪽 스크린은 조수석 전용이다.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다 볼 수 있고 소셜미디어도 모두 사용 가능하다. 그냥 앱스토어에서 원하는 앱을 다운받아서 쓰면 된다. 테블릿PC가 붙어 있는거다. 가장 놀라운 것은 르노에서 한달에 20G의 데이터를 무려 5년 간 무료로 제공해 이 모든 기능을 다 별도의 태더링 없이 사용 가능하다는 것. 차안에서 넓직한 화면으로 영상을 보는 모습을 상상하니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이건 정말 아들이 다급하게 이 차 사자고 소리칠만 하다싶은 궁극의 옵션이다.
모델은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터보로 나누어지는데 자세한 사양이나 가격은 검색해 보면 바로 나올테니 생략하고 내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가장 낮은 트림을 제외하면 모든 트림에서 115만원에 BOSE 10 스피커 오디오 시스템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훌륭하다.

넓은 공간도 칭찬할만하다. 뒷자리 레그룸은 물론이고 헤드룸도 매우 넉넉하고 전체적인 공간감이 넓게 빠진 느낌이다.
가성비 측면에서 옵션과 성능을 모두 고려해도 솔직히 경쟁자가 없을 정도다. 가장 큰 심리적 허들은 '르노'라는 브랜드일텐데 맨날 욕 먹는 것치고 르노는 대한민국에서 분명 꽤 많이 팔린 자동차다. 지난 7년간 푸조를 몰면서 프랑스 브랜드에 대한 호감과 믿음이 생긴 마이너 브랜드 선호 성향의 본인에게 르노의 그랑 콜레오스는 정말 매력적인 옵션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메인 컬러로 밀고있는 구리색이 좀 애매한데 이건 마케팅을 위해 좀 특이한 컬러를 내세운 듯하다. 화이트나 블랙은 좀 더 세련되고 단정한 느낌이다. 아직 시승차가 준비가 안되었다 하여 연락처를 남기고 돌아왔다. 그랑 콜레오스의 시승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