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 셔츠는 입을 수 있을까?
저렴한 가격에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구입하는 중국산 제품도 많지만 옷은 중국산이라면 왠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몸에 닿는거라서 괜시리 더 깐깐하게 구는 걸 수도 있고, 디자인이 불만족스럽거나 품질을 믿을 수 없다거나 이유야 어쨌던 꺼려지는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보통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의류도 made in China인 경우가 적지 않지만 적어도 굳이 일부러 중국산인 것을 알리려고 하는 경우는 없다. 고의적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서 오히려 숨기려고 하는 느낌에 가깝다고나 할까? 하지만 알리와 테무의 등장으로 "나 중국 옷이예요!!!"를 외치는 다양한 의류에 거의 반강제적으로 노출될 수 밖에 없었고 반복된 노출은 어느새 호기심으로 발전했다.
지난 번 테무에서 중국산 청바지를 구입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였다.
이번에는 셔츠에 도전했다. 뭔가 여름에 가볍게 입기 좋아보이는 반팔 셔츠. 남성용 솔리드 반판 헨리 셔츠. 캐주얼하고 세련된 탑,여름 레저 웨어 및 휴일 웨어라는 길고도 거창한 이름의 이 셔츠. 무려 거금 9,759원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투철한 도전 정신으로 <구매> 버튼을 눌렀다.

일단 배송을 받아 꺼내 본 제품의 느낌은 나쁘지 않다. 나름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에 차이나 카라도 뭔가 멋스럽다.

그리고 이 셔츠의 숨겨진 디자인 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슬리브 부분이다. 슬리프 삼두박근 중앙 정도의 위치에 단추가 하나 달려있는데 이걸 이용해 슬리브를 말아 올리는 연출이 가능한 것. 대표 이미지처럼 연출해 보려고 소매를 말아올려 단추를 채웠다.


어랍쇼? 근데 뭔가 좀 이상하다. 이게 대표 이미지처럼 이쁘게 고정이 안된다. 단추 반대편, 그러니까 겨드랑이 쪽의 슬리브는 힘이 없어 아래로 축 쳐진다. 소매의 바깥쪽과 안쪽이 비대칭이다.


절대 연출 이미지와 같은 칼각의 롤업은 만들 수 없다. 추측컨데 풀을 많이 먹여서 다림질을 열심히 하면 아마도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조금 애매한 면이 있지만 일단 팔 롤업 디자인 포인트가 있다는 점에서 일단 플러스 점수다.
자, 이제 실착해볼 차례다. 나는 183cm에 80kg 후반의 체격을 가졌다. XL가 110에 해당하는 사이즈라길래 넉넉하게 입을 생각으로 XL를 주문했는데 이게 입어보니 전혀 넉넉하지 않다. 딱 맞는 셔츠를 입은 느낌이다. 게다가 사진에는 약간 마소재처럼 까칠하고 시원한 느낌의 옷감으로 보이는데 받아보니 빳빳한 면 소재다. 아니, 정확히는 polyester 100%다. 신축성이 전혀 없다.


편하지 않은 느낌이다. 입는 순간 땀이라도 나면 몸에 쩍쩍 들러붙고 겨드랑이에는 감당못할 땀자국이 날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9,759원..... 만원이라고 치자. 만원 정도면 SPA 브랜드에서 할인할 때 괜찮은 디자인의 면 100% 티셔츠 하나 정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캐주얼하고 세련된, 심지어 슬리브 롤업 디테일까지 있는 셔츠지만 이번 구매는 가격을 고려하더라도 실패다.
혹시 테무에서 이 상품을 봤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본 포스팅은 100% 내돈내산 상품을 직접 리뷰한 컨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