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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선무당

푸조는 탈만한 차인가? - 2018 푸조 Peugeot 5008 1.6 BlueHDi 오너 시승기

by 김편집 2024.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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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나의 첫 차 마티즈 이후 다양한 차종을 거쳐 지금은 푸조 5008에 정착한지도 약 7년 정도다.

보라! 이 잘 빠진 라인을!!

아직도 막 대중적인 브랜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도로에서 보기 어렵지는 않은 푸조. 2018년 필자가 구입할 때만 해도 마이너 느낌이 물씬나는 브랜드였다. 당시 구입을 고민하던 차량이 포드 익스플로러, 재규어 F-PACE, 폭스바겐 티구안, 볼보 XC40 등이였는데 아들 둘을 위해 좀 큰 SUV로 기변하고자 하는 생각이였다.

 

누군가는 왜 벤츠 GLC, GLE나 BMW X3, X5 같은 모델은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겠지만 다 이유가 있다. 내겐 자동차를 볼 때 약간 특이한 취향이 있는데 남들이 너무 많이 타는 또는 너무 흔한 모델에는 왠지 마음이 안간다는 거다. 결코 벤츠나 BMW가 상대적으로 비싸서 제외한 건 아니라는.......(쿨럭).... 것을 확실히 밝혀둔다.

 

여기서 마력이 어떻고 전장, 전폭이 어떻고 디자인이 어떻고 하는 검색하면 다 나오는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혹시 푸조 5008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내가 지난 7여 년을 운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한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아들 둘 차 뒤에서

 

일단 푸조의 기술력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내 차라서 그러는건 아니다) 푸조는 1897년 설립된 프랑스 브랜드로 무려 12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상당한 디젤 엔진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DPF를 가장 먼저 개발한 것도 푸조다. 뿐만 아니라 재규어 및 볼보 일부 차종에 들어가는 엔진도 푸조에서 개발 또는 공동 개발한 제품이라고 한다. 실제로 내가 다니는 정비소 사장님과 이런 저런 자동차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이전에 재규어 F-PACE도 고려한 적이 있다고 하니 사장님 왈,

"재규어니 볼보니 다 푸조에서 개발한 엔진 가져다 쓰는데 안 사길 잘했어. 푸조가 훨씬 더 좋아"

 

내 차를 좋다고 하니 기분은 좋았지만 혹시나 해서 "정말요?"하고 되물으니 사장님은 마침 옆에 정비 중이던 재규어 차량(정확한 모델은 기억이 안남)을 가리키며 "저것도 엔진 내리면 엔진에 푸조 로고가 딱 찍혀있어"라고 했다.

 

이어진 정비소 사장님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대충 푸조는 엄청 오랜 역사를 가진 프랑스 브랜드로 특히 엔진 기술력이 뛰어나고 안전 부분도 엄청 신경을 많이 썼고 생각보다 고장도 잘 안나는 좋은 차라는 내용이다. 뭐 오랬동안 정비를 그것도 수입차 전문으로 해오셨으니 허튼 소리를 하시진 않겠거니 생각했다.

 

썬루프를 뚫고 나온 둘째

정말 푸조는 내게도 정비소 사장님 말처럼 그렇게 좋은 자동차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놀랍게도 내가 7년을 타는 동안 단 한번도 고장이 난 적이 없다.

각종 오일 교환과 예방정비, 리콜(이건 뭐 다 하는 거니까), 와이프가 사이드 미러를 깨먹어서 간 것 외 7년 동안 다른 고장으로 정비소를 갔던 적이 한번도 없다. 뽑기 운이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품질적인 측면에서는 만족스럽다.

 

1.6의 배기량에 150마력으로 큰 차체를 끌려니 출력이 조금 부족한 듯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이들을 태우면 늘 안전운전 모드니 패밀리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 오히려 장점이다. 있어도 못 쓰는 남아도는 출력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8은 고속 안정성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연비가 매우 훌륭하다. 공인 연비는 12.7km/l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막 타도 12km/l는 기본이고 조금만 살살 운전하면 14-15km/l, 고속도로에서 크루즈 놓고 달리면 20km/l를 찍는다. 어마무시하다.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라 따로 언급하진 않겠지만 확실히 세련된 프랑스 감성의 디자인이라는 것이 와이프의 의견이다. 나도 동감하는 부분이다. 아이-콕핏(i-Cockpit) 스타일이라고 불리우는 내부 디자인도 유니크하고 감성적이다.

 

 

푸조 5008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는 공간이다. 거의 사용하진 않지만 아이들이 않기에 부족함이 없는 3열 시트가 있고 트렁크 공간 또한 넉넉한데 무엇보다 2열 시트 바닥 중간 부분에 턱이 없다는 것은 정말 최고다. 더군다나 2열의 시트 3개가 독립형이고 따로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도 비슷한급의 다른 자동차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유니크한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푸조는 수입차로서는 드물게 중립주차가 가능하다. 놀랍게도 벤츠를 비롯한 대부분의 수입차는 중립주차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시동을 끄는 순간 자동으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걸리며 이를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때문에 아파트의 주차공간 사정상 어쩔 수 없어 이중주차를 해야되는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수입차는 그림의 떡이다. 그럼에도 구입을 감행한다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차 빼달라는 연락에 시달려야 할 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가 현대자동차라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는 푸조다. 찾아보니 프랑스 대통령도 푸조를, 그것도 5008을 탄다고 한다.

 

 
중앙일보 기사 발췌

더군다나 푸조는 모터스포츠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WSC, 르망, 다카르랠리 등을 비롯한 다양한 대회에서 다수의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런 기록도 푸조의 기술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푸조는 아직도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가 아니기에 중고차 가격방어가 잘 안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따라서 혹시 푸조를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나처럼 새차를 구입한 오너는 쓰리지만 중고 구매 예정자에게는 꿀매물이 아닐 수 없다. 터무니 없는 중고가격 덕분에 가급적 오래 탈 생각이지만 요즘 와이프가 어디서 갑자기 펌프질을 받았는지 벤츠 타령을 하는데 고민이다. 시승해보고 시승기 한번 올려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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